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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바닥에 눕는 이유

우리 facility에서 내가 근무하는 이곳만 유일하게 Korean Specialty Unit이다. 가끔 staffing issue로 다른 유닛 근무자들이나 에이전시 널스들이 일하러 올 때가 있다. 그들이 이곳에서(한국인에게) 놀란 몇 가지를 풀어보려 한다. 1. Diabetes 우리 어르신들 70% 정도가 당뇨를 갖고 있다. Med cart를 열면 어르신들께 투여할 인슐린이 한가득이다. 미국인 동료들이 놀란다. 사실 나도 놀랐다. 쌀밥이 이렇게 안 좋은 건가..? 당뇨가 있는 bed-ridden 환자들은 예후가 정말 안 좋다. 욕창이 한 번 생기면 당뇨가 없는 분들보다 급속도로 악화된다. 특히나 낙상 후에 rehab 목적으로 오신 분들은 이미 DM foot이나 circulation 문제 가능성이 있어 ..

5. 커피 한 모금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보이는 몇 가지 증상들이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입에 빨대를 갖다 대면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삼킬 때, 생각보다 많은 근육을 쓴다고 한다. 후두를 닫고 식도를 여는 그 과정이 단순한 게 아니란다. 작년 여름에 돌아가신 그 아버님은 주 3일 혈액투석을 받았던 분이셨다. 원래 성격이 불같고 staff들에게도 버럭버럭 화를 잘 내셨다고 한다. 식사메뉴에 꼭 베이컨이 있어야 했는데 빠트린 날에는 소리를 지르며 컴플레인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Covid-19로 병원에서 오래 치료를 받으신 후 다시 돌아오셨을 땐, 180도 바뀐 채로 매 처치마다 "고마워, Thank you"라고 말씀하시고 질문에 대답도 잘하셨다. 난 감사하게도? 변화된 이후에 만났다. Night..

4. 스미마셍

아침 7시 반, 인계를 마치고 퇴근을 한다. 운전이 미숙할뿐더러 미국의 단위체계(마일, 피트..ㅠㅠ)+네비게이션의 거리감각이 익숙지 않아 첫 6개월 정도는 남편이 항상 출퇴근을 함께 해줬다. 혼자 운전하기 시작하고 얼마 후에, 좌회전을 하다가 다른 차선을 침범한 적이 있는데 어찌나 빵빵대던지. 같이 달리다가 신호에 걸려 서로 창문을 내렸다. "Hey! you almost hit me!" 중년 백인 아저씨가 소리를 친다. 화가 많이 나셨다. 나는 두 손을 싹싹 빌며 "I'm so sorry, sir. sorry" 하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아저씨가 오히려 당황해하며 "Ok...ay."하고 지나가셨다. 솔직히 두 손을 빈 건 overacting이었다. 돌아보니 진짜 바보 같았다. 살면서 처음 해보는 행..

3. F4 (낙상 4인방) - 1탄

가나에서 온 널스가 폰을 보며 깔깔 웃고 있다. "You look so happy, friend~" 하며 다가가니, "Hey, my dear, do you know "Boys over Flowers?". This is a Korean TV show." 그러면서 본인이 보는 영상을 보여줬는데. 아니 글쎄, 꽃보다 남자가 아닌가? 와.. 언제적 꽃보다 남자야............... 뒤에서 챠팅중이던 나이지리아 널스가 "I loooooove Park Seo Joon!!!!!!!" 하면서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봤냐며, 최근엔 경성크리처를 봤는데 펑펑 울었다며. 또 다른 K-drama를 쭉 얘기하며 추천을 해줬다. 와 자랑스러운 한국드라마! 그러던 중 내 팀에 가장 눈여겨봐야하는 네 사람이 떠 올랐다. 대부분..

2. 사자굴에 들어간 INFJ

Acute에 있을 때 가장 보람된 일은 환자의 회복, 그리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치료하고 웃으며 헤어지는 게 간호사로서 당연한 일인 줄 알았다. 물론, 합병증이나 사망 등 힘든 일도 있었지만. 이곳에 와서 가장 힘든 점은 "요양원은 현대 고려장이다" "가족들이 다 버린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일 대충대충 해라, 아무도 안 알아준다" "어르신들에게 마음 주면 선생님만 힘들어요" "나이트엔 자야지, 뭐 하러 돌아다녀요?" 라는 말을 들어가며 목표도 없이 일하게 만드는 환경이었다. 내가 열심히 하면 할수록, 환자 방에 더 자주 들어가고, 환자의 issue를 인계할수록, 나는 이 유닛에서 불편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근데 어쩔 것인가. 나는 Acute base고 아..

1. 아빠와 아파

우리 유닛에는 50명이 넘는 한인 어르신들이 계신다. 그리고 널스 2명이 팀 하나씩 맡아서 근무를 하는데 나는 나이트 전체 근무자(RN, supervisor, GNA...) 중 유일한 한국인. 그 말은 즉슨, 미국인 근로자 혹은 어르신들의 요청이 있으면 통역도 해야 된다는 말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나는 50여 명의 어르신 모두를 알아야 하고 (병력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파악해야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컴플레인이 new인지, 치매증상인지 구분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에 예민한지(투약시간, 말투, 기저귀 change time) 알아야 내 일을 하면서 그들을 도울 수 있다. 1호실에 계신 우리 예쁜 할머니. 방 안에 형제자매님들과 찍은 사진, 남편분과 찍은 사진과 꽃 병으로 가득한 병실. 찬송가가 무한 ..

블로그를 시작하며..

2024년 1월 마지막날, 내가 이곳에서 지내며 만나고 겪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자 결심했다. 60-70년대에 넘어온, 혹은 부모초청으로 이민을 온 한인 어르신들이 미국 요양병원에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기록하고 싶었다. 나, 글쓴이는 한국에서 간호사로서 빅 5 대학 및 병원에 다녔고 남편의 미국유학으로 이 곳에와 미국의 한 명문 병원에서 2년 임상경험을 쌓았다. 영주권 스폰을 위해 여러 에이전시를 컨택했다. 널싱홈은 생각도 안 했다. 그러던 중 어떤 교수님을 만났는데 "이왕 일하는 거 미국인이 아닌 한인 어르신들을 돌보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아요?" 라는 말을 들었는데. 뒤통수가 띵 했다. 그분의 설득 아닌 설득을 통해 지금 이곳과 계약 후 일하고 있다. 이제 곧 1년이 되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