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스 3

2. 사자굴에 들어간 INFJ

Acute에 있을 때 가장 보람된 일은 환자의 회복, 그리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치료하고 웃으며 헤어지는 게 간호사로서 당연한 일인 줄 알았다. 물론, 합병증이나 사망 등 힘든 일도 있었지만. 이곳에 와서 가장 힘든 점은 "요양원은 현대 고려장이다" "가족들이 다 버린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일 대충대충 해라, 아무도 안 알아준다" "어르신들에게 마음 주면 선생님만 힘들어요" "나이트엔 자야지, 뭐 하러 돌아다녀요?" 라는 말을 들어가며 목표도 없이 일하게 만드는 환경이었다. 내가 열심히 하면 할수록, 환자 방에 더 자주 들어가고, 환자의 issue를 인계할수록, 나는 이 유닛에서 불편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근데 어쩔 것인가. 나는 Acute base고 아..

1. 아빠와 아파

우리 유닛에는 50명이 넘는 한인 어르신들이 계신다. 그리고 널스 2명이 팀 하나씩 맡아서 근무를 하는데 나는 나이트 전체 근무자(RN, supervisor, GNA...) 중 유일한 한국인. 그 말은 즉슨, 미국인 근로자 혹은 어르신들의 요청이 있으면 통역도 해야 된다는 말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나는 50여 명의 어르신 모두를 알아야 하고 (병력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파악해야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컴플레인이 new인지, 치매증상인지 구분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에 예민한지(투약시간, 말투, 기저귀 change time) 알아야 내 일을 하면서 그들을 도울 수 있다. 1호실에 계신 우리 예쁜 할머니. 방 안에 형제자매님들과 찍은 사진, 남편분과 찍은 사진과 꽃 병으로 가득한 병실. 찬송가가 무한 ..

블로그를 시작하며..

2024년 1월 마지막날, 내가 이곳에서 지내며 만나고 겪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자 결심했다. 60-70년대에 넘어온, 혹은 부모초청으로 이민을 온 한인 어르신들이 미국 요양병원에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기록하고 싶었다. 나, 글쓴이는 한국에서 간호사로서 빅 5 대학 및 병원에 다녔고 남편의 미국유학으로 이 곳에와 미국의 한 명문 병원에서 2년 임상경험을 쌓았다. 영주권 스폰을 위해 여러 에이전시를 컨택했다. 널싱홈은 생각도 안 했다. 그러던 중 어떤 교수님을 만났는데 "이왕 일하는 거 미국인이 아닌 한인 어르신들을 돌보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아요?" 라는 말을 들었는데. 뒤통수가 띵 했다. 그분의 설득 아닌 설득을 통해 지금 이곳과 계약 후 일하고 있다. 이제 곧 1년이 되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