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간호사 일상

7. F4 (낙상 4인방) - 2탄

Special_J_RN 2024. 2. 8. 17:28

환자가 낙상했을 때,
외상이나 출혈, 통증 그리고 사지 움직임에 제한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모두가 normal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ER로 이송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환자가 anticoagulant 복용 중일 때다.
대표적으로 Eliquis, Xarelto and Coumadin(와파린)이 있다.

중풍이나 DVT, pacemaker를 갖고 있는
어르신들이 이러한 약을 복용한다.
이 약을 복용 중이면 흔히 지혈이 잘 안 된다.

막상 넘어진 직후엔 모르는데
몸 안에서, 특히 뇌 속에서 출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바로 transfer to ER!

우리 낙상 4인방 중 2번째 분은,
목소리도 우렁차고
뼈대도 굵은, 머리숱도 많으신
80대 할아버지시다.
손녀가 바이올린 신동이라 줄리아드 학교에 들어갔다며 가끔 자랑하신다.

집에서 낙상하시고
뇌출혈로 병원 입원치료 하시다가
다행히 편마비 없이 우리 유닛으로 오신 분이다.
Seizure precaution이 있는 분이라
초반에 관찰을 열심히 했다.

근데 이 아버님...
기저귀를 거부하신다.
무조건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화장실에서 보신단다.

Bed alarm을 설치해서
앉거나 일어날 때마다 알람이 울리게끔 했다.
소리가 나면 바로 뛰어가서
휠체어에 앉히고
화장실로 모셔다 드렸다.

이것도 한두 번이지..
할아버지가 Bed alarm off 하는 법을 아셨다.
그리고 침대에서 넘어진 채 발견된 것이 여러 번.
ER 보낸 것도 여러 번.
다행히 매번 외상/출혈 없이 당일 돌아오셨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Geri-chair에 앉히고
Nurse station에 stay 시키는 것!
널스와 GNA가 번갈아가며 보초 서듯 지켰다.

고요한 밤,
허기가 졌다.
나도 할아버지도.
내가 싸 온 한국 과자를 나눠먹었다.
연양갱을 특히 좋아하셨다.

도란도란 대화도 했다.
Rude 한 staff을 보면
나에게 험담도 하셨다.

그러자 잠이 드시면
GNA와 힘을 합쳐 침대로 눕혔다.

약 2개월 후,
할아버지는 예전의 건강했던 모습으로 돌아오셨다.
스스로 휠체어도 타시고 self care가 가능해지셨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나를 보시며

"곧 집에 가겠네?"
"딸이 엄마 보고 싶겠다."
"옘병, 돈 벌어먹기 힘들지?"

앞 병실에 계신 중증우울장애(1탄 참고) 할아버님과 함께 복도를 왔다 갔다 하신다.

Rehab 치료가 끝났으니
집에 가셔도 좋은데..
가시지 않는다.
집에 가도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아버님은 늘 나를 보면 환하게 웃으신다.
주무시다가도 내 인기척에 짜증 한번 안 내신다.
아버님의 "옘병" 소리가 날 웃게 만든다.
그리고 항상 "고마워, 수고해, 밤새 피곤하겠다."
라고 말씀해 주신다.

아버님이 여기에 계시는 동안
나랑 계속 수다도 떨고
장난도 쳐주셨으면 좋겠다.
낙상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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